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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 ㅣ 경 ㅣ 들/가까운 풍경들

토욜밤, 양재천을 걷다.

양재동에 산다고 하면 남의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좋은 데 산다고, 돈 좀 있다고, 부럽다고 합니다. 좋은 데는 맞다고 쳐도 돈이 있거나 부러워 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온게 2000년이니까.. 벌써 11년이 넘도록 양재동에 살았네요. 집은 딱 한 번 이사를 했습니다. 대학시절 자취생활에 이골이 난지라 이사라는 말만 나와도 몸서리를 쳤으니 회사 생활 하고 최대한 이사는 적게하자는게 신념이라는 신념이었지요.

처음 서울에 올라와 정착한 곳이 우연치 않게 이곳 양재동. 서울 도시가 다 그렇듯 사람의 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는 없어도 집 밖 바로 옆에 양재천이 있다는 자체로 위안이 되곤 했습니다. 전세값을 치루고 남은 돈 하나 없이 서울생활 시작한 까닭에 이상하리만큼 양재동은 제2의 고향같더군요.

돈이 많거나 부러워할 만한 일이 절대 아닌건, 전 아직도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신세라는 거지요. 서민이면 누구나 자기 집 갖는게 소원이라고 하지만 전 제 집이 없어도 제가 있고 싶은 곳에 살고 싶어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굳이 아파트를 구하러 다니거나 다른 집을 알아보거나 하지 않고 줄기차게 한 곳에 머물고 있답니다. 양재천 인근에 카페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밤만 되면 인근 불야성을 이루고 있으니 세월이 참 빠르긴 하더이다.

지난 토요일 밤.
새로 장만한 X100 테스트도 할 겸 슬리퍼 질질 끌고 양재천을 한바퀴 휘~ 돌았습니다.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조그만 공연을 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 다들 제각각이지만 양재천이라는 참 좋은 휴식공간에 의지하고 있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양재천, PM 9시에 담은 소소한 풍경들입니다.





 
+ with Fujifilm FineFix X100 + 
모든 사진은 공히 플래시 없이 ISO 조절만으로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