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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란게 오기는 하는가요? 저녁 술자리가 있는 날입니다. 혼자서 셋을 상대해야 하지요. 경희궁 앞자락 주차장에 차를 들이 밀고 문득 하늘을 봅니다. 아 겨울은 갔는가요. 하늘에서 따뜻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스름한 저녁, 푸른빛이 희미하게 감도는 하늘을 보자니 난 또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은 마음에 울컥해집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매번 다짐을 하면서도 가끔 멍하니 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심히 사는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 '잘 사는게' 이치에 맞을 수도 있지요. 잘 산다는게 뭘까요? 사회적 통념에 비춰 보면 전 분명 '잘 살고 있지는' 못합니다. 마흔 다섯을 훌쩍 넘긴 마당에 결혼은 뒷전이고 알량한 집 한 채 없어 월세를 살고 가진 거라곤 몸뚱아리 하나가 전부니 말입니다. 다들 얼마.. 더보기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1. 명절이라고 합니다. 누구는 구정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설날이라고 합니다. 엄격히 말하면 '설날'이 맞겠지요. 추석과 함께 일년에 두 번 있는 민족 대명절이랍니다. 어머니 혼자 계시는 여주 시골집을 가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 사랑방에 불을 지필 장작들이 가지런합니다. / with Ricoh GR + 2.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지금껏 10년이 다 되도록 시골집에 사십니다. 동네 주인 잃은 개 한마리를 키우며 몇 되지 않는 마을 주민들과 의지하며 사십니다. 올해로 벌써 일흔 다섯. 시간은 참 빠릅니다. 용돈을 대신해 세뱃돈을 드리면서 봉투 표지에 자그마한 붓글씨로 '만수무강하세요'라고 적었습니다. 제발... 그 소원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 어머니를 늘 지키고 있는 우리 누렁이 / wi.. 더보기
리코GR 갖고 놀기 궁극의 '지랄' 맞은 똑딱이 리코GR을 가지고 논다. 무겁고 거추장스런 카메라가 싫어서작고 아담한 이 넘을 장만한 것이'개이득' 이었나.그냥 갖고 논다.집에 가다가도..집에서도..회사를 오다가도..차에서도..무턱대고 셔터를 눌러댄다.RAW 파일로 찍은건 라이트룸에서 보정을 하고그냥 포지티브 이펙트로 찍은건포토샵에서 커브 몇 방에 샤픈 몇 방으로 보정을 한다. 그렇게 몇 장의 사진이 담겼다.봄이... 오고... 다시............ 가고 있다. 더보기
리코GR... 품다.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를 다시 연다.할 얘기도 없고 사진도 없고 이렇다할 것도 없는 생활.무미건조의 끝에서 똑딱이 카메라 리코GR을 장만했다. 딱히 카메라가 갖고 싶어서가 아니다.그냥.... 편한 일상을 찍을만한 작은 카메라 하나 필요했을 것.대충 에스엘알클럽에서 눈팅하다가...느낌 좋은 카메라, 스냅 찍기에 이만한 카메라가 없다는 나만의 판단을 내리고 무작정 질렀다. 리코 GR.맞다. 리코는 우리가 흔히 복사기업체로 알고 있는 신도리코에서 만든 카메라다.이 녀석은 그 흔한 디지털이란 말도 달지 않았다.필름 시절.. 콘탁스G3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꽤 알려진 녀석.디지털로 넘어 오면서.. GR 디지털4까지 발매하고는그것도 사치라는 듯.. 디지털 문구를 쏙 빼 버린 것이 이 녀석이다. 여튼.. 뜻하지 않게... 더보기
누렁이와 삼공이 제 시골집에는 누렁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주인 잃은 강아지를 어머니가 데리고 와 키우는 개입니다.말하자면 시골에 혼자 계신 어머니의 유일한 벗입니다.잘 짖지도 않으면서 사람만 보면 그렇게 좋아라 합니다.순해 빠지기로 치면 지구상 최고입니다.어머니는 누렁이가 이제 말까지 알아듣는다며마치 자식 대하듯 애지중지 하십니다.마침 함박눈이 펑펑 내리니누가 개 아니랄까봐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눈 바람을 맞습니다. 저 섹시한 뒷태를 자랑하는 차는이번에 새로 마련한 제 애마 '삼공이'입니다.묵직하고 듬직하니사고가 나도 죽지는 않겠구나 싶은그런 차.말하자면 제 유일한 동반자(?) 입니다.서두르지도 않으면서 고속도로에선 쌩하니 가속을 하기도 합니다.웬만한 편의 기능은 다 달고 나오는우리 나라 차에 비하면이것 저것 손수 만져.. 더보기
삶이 참... 퍽퍽합니다. 불혹을 지나 누가봐도 아저씨 나이가 다 된 자신입니다. 누구는 애를 어느 중학교에 보냈느니, 이번에 부장을 달았느니 합니다만 저는.. 나이를 아래로만 먹었는지 결혼도 하지 못한 늙은 총각일 뿐입니다. 홍보쟁이란 감투를 쓰고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휘둘리면서도 정직하고.. 신의있게 살자는 신념 하나는 늘 확실했는데 나이를 먹어 갈수록 확신이 자꾸 사라져 가는 듯 합니다. 지난 금요일엔 모처럼 직장 동료들과 거나하게 술 한 잔 걸친다는 것이 그만 '페이스 오버'를 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마치 '악마'와 같은 무엇과 자꾸 신경전을 펼치면서 그 울분을 술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는가 봅니다. 필름은 끊기고... 어디서 넘어졌는지 손목은 다치고... 두번째 아이폰(첫번째 아이폰도 술 먹고 잃어버렸다.. 더보기
필리핀을 다녀오다. 광복절을 포함해 10일간의 여름휴가를 받아 들고 정확히 6박 7일의 일정으로 필리핀 마닐라와 세부를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같이 간 일행 중 한 명이 필리핀에서 일년 넘게 어학연수를 한지라 별도의 가이드가 필요 없었지요. 가기 전 필리핀에 대해 들은 건... 우리 보다 못산다, 서비스업 물가가 싸다, 밤에는 위험하다 등이었습니다. 넉넉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세부퍼시픽 저가 항공을 타고 마닐라로 넘어갔습니다. 마닐라를 접한 첫 느낌 "아 정말.. 이런 데도 사람이 사는구나" 생각보다 더 지저분했고 생각보다 더 엉망이었습니다. 마닐라 시내는 구걸하는 사람들과 택시, 지프니(필리핀의 대중교통 수단, 버스대용) 차들이 섞여 아비규환. 퍽 좋지 않은 인상. 허름한 호텔방 하나 잡고 그렇게 마닐라에서 이틀을 보냈.. 더보기
X100과 함께 한 부산 해운대 출장기 2011년 6월 24일.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는 09시 45분 KTX 열차안. KTX를 타 본지가 얼마만인지 기억도 가물합니다. 장마와 태풍 '메아리'가 겹쳐 차창 밖에는 쉼없이 비가 흐르고 제 속도에 못이겨 휙휙 지나가는 나무며 난간이며 길이며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서울에서 부산, KTX 직통은 정확히 2시간 17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세상이 참 좋아졌지요. 예전엔 부산 한 번 나들이 하려면 너다섯시간은 족히 기차를 타야 가능했는데 역시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이번 부산 여행은 출장의 몫이 큽니다만, 부산에서 일을 보는 시간은 두어시간도 되지 않을 것이니 간략히 해운대 한 번 돌아볼 요량입니다. 열차가 부산역에 도착하기 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갛게 얼굴을 내밉니다. 차창 밖에 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