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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ㅣ 상 ㅣ 들/주절주절 넋두리

봄이란게 오기는 하는가요?

저녁 술자리가 있는 날입니다. 혼자서 셋을 상대해야 하지요. 경희궁 앞자락 주차장에 차를 들이 밀고 문득 하늘을 봅니다. 아 겨울은 갔는가요. 하늘에서 따뜻한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스름한 저녁, 푸른빛이 희미하게 감도는 하늘을 보자니 난 또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은 마음에 울컥해집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매번 다짐을 하면서도 가끔 멍하니 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심히 사는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 '잘 사는게' 이치에 맞을 수도 있지요. 


잘 산다는게 뭘까요? 사회적 통념에 비춰 보면 전 분명 '잘 살고 있지는' 못합니다. 마흔 다섯을 훌쩍 넘긴 마당에 결혼은 뒷전이고 알량한 집 한 채 없어 월세를 살고 가진 거라곤 몸뚱아리 하나가 전부니 말입니다. 다들 얼마나 열심히 살았기에 오손도손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부족하지 않은 노후를 준비해 가고 있는건지.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혼자서 셋을 상대해야 하는 술자리. 일단 그것만 생각하기로 합니다. 봄이란게 오기는 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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