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이지도비인지도모를이상한게내린다.
첫눈이라고해야하나강아지처럼오들오들떨면서도팔랑대는마음은어쩔수없다.
첫눈에대한추억이있느냐고물어보면사실딱히끄집어낼게없다.
눈에대한이런저런기억들은많아도첫눈에대한아련하고애틋한그런건없는거다.
첫이란단어에서풍기는설렘과풋풋함은늘사람을이상하게만든다.
첫사랑첫직장첫여자첫눈
뭔가새로시작하기딱좋은그런거.
집에들어가아랫목을담요를깔고느긋이자고싶은날이다.
나이먹으면이렇게되나보다.
눈내리면교통체증이염려되고추우면쏘다니기싫어'삭신쑤심'을핑계로'방콕'하고싶은거고
나이와낭만지수는반비례함이틀림없다.
2.
요즘은폭식하듯독서한다.
기욤뮈소의책들을쌓아놓고읽다가
신경숙의산문집을언뜻보다가베르베르의신작소설'신'을펼치다가
이외수의글쓰기책에눈을두었다가파울루코엘류의잘나가는산문집에정신을팔다가
가끔내가무슨책을읽는중인지도모르게산만한독서를하고있다.
이런식의독서는어딘지불안하다.
깊이감도찾을수없고사색이라는독서의본질도잃어버리고잔뜻헝클어놓은머리칼처럼번잡하기만한데.
그럼에도난또몇권의새로운책을주문하고말테지.
3.
벌써일년이다갔다.
주말에서점에가니내년도다이어리가넘쳐났다.
매년새로운해가시작되기전다이어리한권마련하는게일상이되었고
새로운다이어리는일년의세월을다뒤집어쓰고끝끝내내곁에남겨진다.
늘사는다이어리가있다.올해는다른걸로사볼까하면서도마음바꾸기가쉽지가않다.
몰스킨다이어리.가격도만만치않은게금방동이나버린다.
올해는동나기전검정색한권장만할수있을런지.
몰스킨다이어리를좋아하는이유는딱두가지다.
하나는튼튼해서또하나는이것저것겉치레가없어서.
일년동안옆에끼고살아도파지가나거나찢겨지는일이없다.
4.
올해마지막운동을하러나간다.
흔히내세계(기자를접대하는홍보팀의세계)에서'운동'이라함은말그대로의체력단련이아니다.
머리에붉은띠두르고'임을위한행진곡'을목터져라부르는그'운동'은더더욱아니다.
'혹시운동하세요?'라고누가물을때'예가끔헬스장에나가몸을풀지요'라고대꾸하면큰일이다.
묻는사람조차어찌해야좋을지황망한눈빛을감추지못할것이고
대꾸한사람은내가뭘잘못말했나순한눈빛만꿈뻑거리게된다.
내세계에서운동은'골프'를말한다.비즈니스상어쩔수없이입문한게올해7월이니까한서너달되어간다.
18개홀을돌며한타한타타수를줄여가는기분으로친다는골프.
대개의사람들이100타언저리에서희비를논하고5년이상쳤다는고수들조차90타언저리에서절망한다.
운동을시작한지얼마되지않은어느날캐디가위로하듯건넨말.
'참으로어렵고힘든길에들어서셨네요'
누구는골프를평생운동이라하고또누구는골프를인생에비유한다.
난아직모르겠다.아직100타는고사하고110타주변에서진상을피우고있으니모르는게당연할수도.
그런내가이번주토요일겨울이오기전마지막운동을하러나간다.
이번목표는110타안쪽으로치는거.과연뜻대로될런지.
날도추운데사실별로달갑지않은'시츄에이션'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