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시 서점에 들러 내 멋대로 사진책 하나를 골랐습니다.
책 제목도 그와 닮아 '네 멋대로 찍어라' 였죠.
스타 인기 부럽지 않은 포토그래퍼 조선희 씨가 쓴 책입니다.
그 책의 핵심은 ...
손 안에 꼭 쥘 수 있는 똑딱이 하나라도 충분한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마음껏 겁내지 말고 덧셈이 아닌 뺄셈으로 사진을 찍어라.
사소한 어떤 것이라도 찍히지 말아야 할 것은 없다"
모 이런거였습니다.
제가 책의 내용을 잘못 이해했다면 작가님께 잠시 죄송.
단숨에 책을 읽어 나가면서 똑딱이에 대한 무한 애착이 느껴졌지요.
나아가 제 차 조수석에 떡하니 자리한 콘탁스t3에 감개무량해졌습니다.
겸손한 말씀이 아니라
전 사진을 잘 찍지 못합니다. 그저 흉내만 낼 뿐이죠.
그래서 제가 찍은 사진은 항상 무언가 부족한 개운치 않은 뒤 끝 같은게 남아 있습니다. 덕분에 자꾸 찍고 또 찍고
프레임에 들어온 순간의 감정을 기억하려 하지요.
디지털이 판을 치는 요즘입니다만
저는 사실 필름 카메라를 더 좋아합니다.
처음 사진이란 것을 배울 때 미놀타 x-700을 썼고 군대에 갔을 땐(운좋게 정훈병이 되었죠) 니콘 F시리즈를
사회에 첫 발을 딛고선(또한 운좋게 홍보팀에 들어갔죠) 니콘 FM2를,
사진에 맛을 들이면서 캐논 AE-1과 미놀타 수동 똑딱이 하이매틱 시리즈, 다시 펜탁스 프로그램플러스를 거쳐
콘탁스 G1, 지금의 t3 까지 오게 됩니다.
디지털은 올림푸스 4040z를 시작으로 캐논 20D, 라이카 D-Lux3 이렇게 흘렀네요.
장비병이 그리 심한건 아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멋진 카메라만 보면 심장이 두근두근
머릿속이 혼미해지고 아드레날린이 마구마구 솟는 기분이 든단 말입니다.
지금 제 품에 있는 카메라는 이제 고작 두 대.
캐논 20D와 오늘의 주인공 콘탁스 t3입니다.
t3를 만난건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 콘탁스 t3(빨간색 T*이 늠름하다) -
맑고 투명한 칼 짜이즈 렌즈의 유명세만큼이나 결과물은 정말 환상적이었죠.
처음 네가 필름 2롤을 찍고 스캔을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색감에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사진을 찍고 현상을 하고 스캔을 하는 일련의 작업이 아주 귀찮은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기다림의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었습니다.
f2.8 / 35mm t - 렌즈를 장착한 말 그대로 단순 똑딱이.
휴대성도 오케이, 결과물도 오케이. 여행의 동반자로서는 딱이었습니다.
이 넘의 기본사양은 이렇습니다.
Focus : 35mm
최대조리개 : F2.8
최단촛점 : 34 cm
측광 : center
shutter : 16-1/1200
노출보정 : +,- 2EV in 1/3 step
칼짜이즈 렌즈야 논외로 하더라도
최단 촛점거리가 34 cm라는 점, 노출보정을 1/3 step 씩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매력 그 자체입니다.
작지만 강한 넘. 위 블랙 모델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지요. 그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 역시 거의 한 달을 중고매매 사이트에서 살다 시피 해 구했더랬습니다.)
이 넘이 토해낸 결과물 몇 장을 소개하며 비오는 오늘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참고로 모든 사진은 코닥 포트라 160vc 필름 결과물이며 스코피 스캔입니다.
p.s l 덧붙이자면 지난주 2박 3일 마카오 여행길에 이넘이 동행했습니다. - 충무로 어느 꽃 집 앞 - - 태릉역(?) 지하철 - - 색감 테스트 - - 충무로 / 겨울 - - 아웃포커싱 테스트 - - 서교동 어느 건물 옥상 - - 해미읍성 소나무 -
미친 듯 네가필름 5통을 쏟아냈는데 아직 현상을 못했네요. 빠른 시일내에 스캔 해 올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