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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 ㅣ 경 ㅣ 들/가까운 풍경들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1.

명절이라고 합니다.

누구는 구정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설날이라고 합니다.

엄격히 말하면 '설날'이 맞겠지요.

추석과 함께 일년에 두 번 있는 민족 대명절이랍니다.

어머니 혼자 계시는 여주 시골집을 가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 사랑방에 불을 지필 장작들이 가지런합니다. / with Ricoh GR +

 

2.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지금껏 10년이 다 되도록

시골집에 사십니다.

동네 주인 잃은 개 한마리를 키우며

몇 되지 않는 마을 주민들과 의지하며 사십니다.

올해로 벌써 일흔 다섯.

시간은 참 빠릅니다.

용돈을 대신해 세뱃돈을 드리면서

봉투 표지에 자그마한 붓글씨로 '만수무강하세요'라고 적었습니다.

제발... 그 소원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 어머니를 늘 지키고 있는 우리 누렁이 / with Ricoh GR +

 

3.

마을에 수돗물이 나오긴 하지만

걸어서 5분 남짓한 곳에 지하수가 나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보통 그 물을 떠서 먹습니다.

수질검사를 마쳤다고는 하는데...

물이 위생엔 괜찮은지 어떤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금껏 물 먹고 탈 난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약수는 맞는가 봅니다.

여동생과 함께 약수물을 받으러 가는 길목에

비닐하우스가 하나 있는데...

미처 걷어드리지 못한 빨간 고추들이 부끄럽게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쓸 데 없는 애물단지가 되었네요.

버려진 고추가 왜 내 신세를 닮았다 생각했는지.

 

+ 미처 '아무것도' 되지 못한 고추의 신세가 자신 같습니다. / with Ricoh GR +

다시 일상을 시작해야 하는데...

참 생각이 많은 하루입니다.